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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인한 오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한군님을 만나보겠습니다 1

게임으로 인한 오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한군님을 만나보겠습니다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자라는 게 연애에 영향을 끼치나?
한대훈: 나 같은 경우에는 현재의 와이프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고 비교적 일찍 결혼한 편이라 개발자로서의 연애라는 걸 느낄 새가 없었다. 하지만 게임회사에 다니며 동료나 친구가 연애하는 걸 보니 개발자와 연애하는 건 개발자도 그렇고 상대방도 그렇고 취향을 참 많이 탄달까. 어느 정도 오타쿠 기질이 없으면 좀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림동 캐리: 그러고 보니 어쿠스틱 라이프에서 한군님이 난다님에게 던진 프로포즈 대사가 참 많은 여성의 주먹을 쥐게 했지….

 


한대훈: 그게 나름대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신림동 캐리: 그래 비하인드 스토리라 쓰고 변명이라고 읽히는 그 사연 좀 들어보자.
한대훈: 대학을 졸업하고 부산에 있는 게임회사에 다니며 당시 여자친구였던 지금의 와이프와 부산에서 연애하고 있었다. 근데 어쩌다 보니 서울에 있는 게임회사로 이직할 기회가 생긴 거다. 근데 태어나서 20년 넘게 부모님 아래서만 살았는데 날 혼자 서울에 보내놓으면 거러지('거지'의 부산 사투리)처럼 살 게 너무 뻔했던 거다. 그래서 부모님이 지금 여자친구와 오래 사귀기도 했고 잘 지내니 결혼해서 같이 올라가면 어떻겠냐 그렇게 권유하셨다.
신림동 캐리: 그래, 변명… 아니 비하인드 스토리 잘 들었는데 그래도 그 멘트는 너무 뽄('모양새'의 경남 사투리)이 없잖아!

 

그렇습니다. 신림동 캐리도 한군님도 경상디언이었던 것입니다.

 

한대훈: 나라고 멋진 프로포즈 하기 싫었겠냐. 근데 이직하고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 와중에 와이프는 '언제 프로포즈 할 거야? 응? 응?' 이런 눈빛을 매일 하고 있으니까 도리어 정신을 잃게 되었다.
신림동 캐리: 하지만 우리 부모님이 널 허락하니 결혼하자는 건 너무 정신줄 놔버렸잖아….
한대훈: 내 나름대로는 '우리 부모님이 널 마음에 들어 하시니 우린 이제 아무 문제가 없어!'라는 희망에 찬 대사였던 거지.
신림동 캐리: 하긴 엄마가 하라는데 더 이상 뭔 장애물이 있겠어. 예전에 고등학교 물리 선생님이 F=ma 공식을 가르치시며 '힘은 엄마에게서 나오죠!'라고 하시던 게 생각난다.
한대훈: 짱인데?
신림동 캐리: 집안 대소사의 최종 보스는 늘 엄마인 거야.
한대훈: 그래도 결혼식 며칠 전에 작은 케이크랑 반지를 사서 정식으로 프로포즈하긴 했다. 정말 싼 반지였는데 지금도 와이프가 그걸 끼고 있는 걸 보면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텔레파시로 보내는 한군님이십니다.


신림동 캐리: 일하지 않을 때는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나?
한대훈: 보통 게임을 하거나 애를 보거나 와이프와 이야기를 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그렇게 평범하게 여가를 즐긴다. 별로 특별할 건 없다.
신림동 캐리: 평범하다기엔 굉장히 바람직한 오타쿠 남편 같은데….
한대훈: 오타쿠라고 하니까 말인데, 나도 약간은 워커홀릭 스타일이라 일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도 대부분 뭔가를 만들고 있더라. 그게 회사 일일 때도 있고 취미로 하는 개인 프로젝트일 때도 있는데 아무튼 뭔가를 계속 만드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편이다.
신림동 캐리: 나도 글 쓰다가 쉰다고 누워서 다른 생각 하다가 '이건 페이스북에 써야지!'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일단 창작계에 발을 들이면 쉴 수가 없는 것 같다. 영원히 고통받는 오타쿠랄까….
한대훈: 그렇지. 쉰다고 쉬면서도 리프레시하고는 거리가 먼 짓만 하고 있어서 요즘은 게임이나 개발 이외의 취미를 만드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최근에 '번 아웃을 막는 방법'이라는 글을 보고 충격받아서 일과 휴식을 구분하려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번 아웃을 막는 방법이란?

원문 링크 http://blog.kissmetrics.com/prevent-employee-burnout/
번역 링크 http://subokim.wordpress.com/2013/04/12/prevent-burnout/

 

신림동 캐리: 휴식 이야기하다가 일 이야기해서 좀 이상하지만 페이스북을 보니 오늘(2014년 3월 26일) 한군님이 만드시던 게임이 드디어 공개된다고 쓰셨더라. 로켓펀치에 어필할 기회 드릴 테니 홍보 한 번 해봐라.
한대훈: 레알?
신림동 캐리: 레알.
한대훈: 지금 저희 팀이 고맙다며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림동 캐리: 제목이 뭔가?
한대훈: '무적의 용병단'이다.
신림동 캐리: 뭐야, 왜 이렇게 유치해!
한대훈: 유치하다니 Orz
신림동 캐리: 누가 지었나?
한대훈: 모두가 합심해서 지었다.
신림동 캐리: 저한테도 한 번 물어보시지 그러셨어요.
한대훈: 그러게요. 아무튼 무적의 용병단은 저희 크레이브몹에서 열심히 만든 RPG 게임이다. 다른 RPG들과는 차이점이라 한다면 전술에 따른 결과가 확실히 달라진다는 것과 대규모 군단 전투라는 거다. 그래서 같은 전투라도 전술에 따라서 압도적으로 이길 수도 있고 압도적으로 지기도 한다. 이것저것 파보는 재미가 있으실 거다.
신림동 캐리: 근데 왜 이렇게 조용한가? 소리 없이 강한 게 컨셉인가?
한대훈: KAKAO라든가 퍼블리셔도 없이 저희가 직접 서비스 준비 중이다. 그래서 영상 편집과 홍보용 이미지도 개발팀에서 다 작업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가내수공업이세요?
한대훈: 말하자면 그런 건데 서버랑 서비스, 그 밖의 모든 걸 자체 준비하다 보니 재미난 경험도 많다.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컨셉으로 진짜 진짜 노력한 작품이니까 잘되었으면 좋겠다. 3월 27일부터 누구나 참여 가능한 방식으로 클베 준비 중인데 캐리님도 꼭 좀….
신림동 캐리: 내가 쌀이를 봐서 깔겠다….

 

쌀이를 보니 안 깔 수가 없네요.

 

신림동 캐리: 쌀이가 커서 개발자 혹은 웹툰 작가가 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
한대훈: 나나 와이프 모두 쌀이에게 계속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이런 쪽으로 장래희망을 정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쌀이가 개발자를 하겠다면 대찬성인데 와이프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쌀이가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아티스트가 되어 나중에 같이 게임을 만드는 게 로망이긴 하다. 아버지와 딸이 만든 인디 게임이라니 엄청 멋질 것 같거든.
신림동 캐리: 저번에 넥스트플로어의 이성우님도 루미가 미소녀 개발자로 성장해 같이 프로젝트 하는 걸 꿈꾸시던데 개발자에게는 딸과 같이 작업하는 게 그 동네 로망인가 보다. 참고로 우리 아빠는 건축가이신데 내가 어릴 때부터 '캐리야, 나중에 주택을 지어서 1층엔 나랑 엄마가 살고 2층엔 너랑 남편이 살고 3층엔 니 동생 부부가 살고….'라는 말을 자주 하셨지. 근데 나중에 보니까 그게 농담이 아니신 것 같은 거야. 그래서 내가 악착같이 공부해서 서울로 도망왔잖아. 아빠를 사랑하지만 같은 집에 살고 싶진 않아요!

 

신림동 캐리: 지금은 스타트업에 계시지만 엔씨나 넥슨 같은 대기업도 다녀보셨는데 비교하자면 어떤가?
한대훈: 대기업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 스타트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대기업은 안정적인 느낌이 크다. 그리고 작업 역시 익숙해지면 회사 자체도 편하게 다닐 수 있지. 하지만 대기업에서 대규모 프로젝트에 있으면 그만큼 한가지 작업만 하게 되기 때문에 다양한 업무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 분야의 스페셜 리스트를 꿈꾼다면 좋지만, 나중에 자기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사람은 대기업에서 많이 배우기가 현실적으로 힘들지. 대기업을 다니면 많은 시간과 자기 성과를 보여야 하니까. 반대로 스타트업은 적은 인원이 좀 더 가깝게 일한다는 기분이다. 회사 규칙도 대기업보다는 훨씬 느슨한 편이라서 자기 스타일에 맞게 일할 수 있다. 지금 나 역시 현재의 회사가 그런 부분의 편의를 봐주셔서 17개월 된 아기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스럽다. 하지만 인원이 적기 때문에 한명 한명에 책임감이 많이 요구되고 그로 인해 어깨가 무거운 느낌은 있다. 게다가 다양한 업무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많지. 근데 또 실력만 좋다면 자기만의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높다는 장점도 있다.

 

신림동 캐리: 저번에 모델링 작업을 할 때 가끔 본인의 재해석을 넣는다고 하셨는데 그런 작업물 중에 괜찮았던 사례는 무엇이 있는지?
한대훈: 예전에 여자의 얼굴을 모델링 할 때인데, 원화의 인상이 조금 어색해서 원화에 따른 얼굴을 하나 놔두고 약간 더 손을 본 후 제가 생각하는 귀여운 여자의 얼굴로 수정했었다. 근데 그게 주변으로부터 반응이 좋았다. 사실 여성의 얼굴이라는 게 워낙 개인의 취향 문제라서 내가 느끼기에 별로라 해서 나쁘다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신림동 캐리: 사람의 얼굴이야말로 정말 취향의 문제지.
한대훈: 그래서 원본을 만들고 내 나름의 수정본을 만드는 이중의 작업을 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보람 있었다. 게다가 이 일 이후에는 여성 얼굴 관련해서 내 임의로 수정해도 좋다는 지시가 와서 작업의 범위가 넓어져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신림동 캐리: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업물이랄까 애착이 있는 작업물은?
한대훈: '일루미'라고 이름 붙인 캐릭터가 있는데 가장 애정이 간다.

 

 

신림동 캐리: 힘세고 강한… 여자 같다.

한대훈: 도미넨스워5 때 본선을 하기 전에 전야제 같은 느낌으로 하는 Pre-Dominance War라는 대회가 있다. 그때 아는 동생이랑 같이 뭔가 멋지게 해보자고 파이팅하면서 작업했었는데 굉장히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회사가 야근이 잦은 스타일이라서 개인 작업할 시간이 엄청 부족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나름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서 자신에게 대견했었기도 하고 말이지. 아무튼 평소에 하고 싶었던 아트 스타일과 컨셉으로 자유롭게 작업했는데 결과적으로 Pre-Dominance War5에서는 5위를 했다. 잘하시는 분이 워낙 많아 배울 점도 많았고, 작업 도중에 내 부족함을 많이 느끼면서 개인적으로 작업에 관한 마인드도 새롭게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신림동 캐리: 아트 관련해서 최근에 읽은 인상적인 책은?
한대훈: 요즘은 한창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라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내게 감명을 준 콘텐츠를 추천하겠다. 라는 3DS용 게임, <브레이브리 디폴트>라는 아트북을 아주 감명 깊게 봤다. 아티스트에게 언제나 레퍼런스가 되어주시는 요시다 아키히코님의 최신 아트를 감상할 수 있는 건 물론 서양과 동양을 아우를 수 있는 스타일이란 무엇인지 귀감이 되어주신다. 그리고 이것 역시 책은 아니지만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의 디렉터셨던 미카미 신지님의 인터뷰인 '미카미 신지와 젊음의 샘' 이라는 인터뷰를 인상 깊게 읽었다. 업계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식견과 개발자로서의 마인드를 엿볼 수 있었다. 원문 링크와 번역 링크가 있다.


신림동 캐리: 아트 디렉터에게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한대훈: 자기가 가진 욕망을 해결할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겠지? 멋진 프로젝트를 자신의 타이틀로 달고 싶은 사람이 있고 자기의 그림이 메인으로 걸려야 행복한 사람이 있다. 각자의 욕망에 따라 어떤 회사를 원하는지가 달라지는 것 같다. 이 욕망에 자기 자신이 솔직하지 못하거나 그 욕망을 누르면 그게 스트레스가 되고 회사 생활에 불만이 생기게 된다. 지금 나에게는 내 게임을 만들 기회가 있는 회사가 제일 좋은 회사다. 돈을 많이 줄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지.


신림동 캐리: 그럼 아트 디렉터에게 제발 이런 거 시키지 마라 하는 건?
한대훈: 표절.
신림동 캐리: 단호박 드셨다?
한대훈: 요즘 게임계의 표절이 정말 심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어느 선까지 표절을 용인하고 허가하는진 모르겠지만, '저거 좀 베껴.'라는 말은 개발자를 정말 힘 빠지게 한다. 특히 모바일 쪽은 한 달에도 몇 개나 표절 의심이 나오는데 이렇게 되다 '모바일 게임 = 표절'이라고 인식이 유저에게 박힐까 걱정스럽다. 계속 모바일 시장을 키워 나가야 하는 시기인데, 표절은 장기적으로 그 시장을 죽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금 모바일 붐과 함께 게임이 쇠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에는 표절이나 퀄리티 미달의 게임이 범람하고 있는 부분이 크거든. 이 부분은 개발자가 자기 게임에 자부심을 가지고 파이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업계가 자정 작용을 해야 할 거다.

 

신림동 캐리: 본인이 직업적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은?
한대훈: 다들 알다시피 다른 게임 많이 해보고 머릿속으로 만들고 싶은 게임 상상 많이 하고 따로 개인 작업을 많이 하는 거지. 게임은 프로그램만으로 또는 아트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장르가 합쳐지는 거잖아. 그러니까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도 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한 부분만 열심히 해서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없을 것 같다. 괜히 게임을 종합예술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야.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나?
한대훈: 내 경험상 게임 개발에서 재능은 큰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능과 실력이 넘치는 사람으로 가득한 팀이 너무나도 쉽게 무너지는 것을 몇 번 봤거든. 개인적으로는 재능보다 열정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열정을 유지할 수 있으면 자신의 욕망을 이룰 기회가 반드시 올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나 역시 재능이 넘치는 사람보다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 더 일하고 싶다. 게임에 대한 열정과 집착이 게임을 완성하고 게임을 성공하게 하지 않을까? 

 

모니터는 아티스트에게 가성비로 가장 인기 있지 않을까 하는 Dell 27인치 모델 사용 중이고 서브 모니터는 삼성 체험단으로 우연찮게 획득한 23인치(애매한 사이즈) 삼성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다. 서브 모니터는 작업할때 영상 띄우는 용도로만 쓰고 있다. 작업용으로는 스펙이 좀 애매하니까.

 

 

타블렛은 와콤 인튜오스3, 마우스는 단종된 Microsoft Intelli Mouse를 사용 중이다. 최고의 마우스이지만 단종이라 비싼 가격으로밖에 못 구하는 게 슬프다. 빌드할 때 시간을 보낼 만화책이나 휴대용 게임기를 언제나 옆에 두고 있다. PS VITA나 Nintendo 3DS가 항상 함께다. 옆에 이미지를 보고 무슨 만화책인지 맞추시는 분은!

 

 

게임 환경은 최근에 세팅하게 되었는데, LG 42la6580 TV를 사용하고 있고 나름 만족한다. 게임 기기는 플레이 스테이션 3, 4와 엑스박스360을 사용하고 있다. 플스4가 나와서 차세대 게임을 한껏 즐기니 게임 할 맛 나는 요즘이다. 플스4용 카메라도 샀지만 대부분 집에서 게임할 때는 팬티 차림이라 게임하는 모습을 방송한다든가 그런 건 못하겠다.

 

사진만 보면 나만의 공간 같지만 바로 옆에 와이프 책상이 있어서 조용히 플레이하고 있어요.

 

게임으로 인한 오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한군님을 만나보겠습니다 0

금요일이 되면 '오늘만 버티면 드디어 주말이다!'하는 해방감에 오전부터 마음이 살랑거리죠. 이런 금요일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어쿠스틱 라이프'입니다. 게으른 남편과 생활인 아내의 알콩달콩한 결혼 이야기는 보기만 해도 흐뭇해 '마조앤새디', '결혼해도 똑같네'와 더불어 3대 결혼 권장 만화로 불리고 있죠.

 

두 달을 빌고 떼쓰고 어찌저찌해서 어쿠스틱 라이프의 한군님을 개발자 인터뷰에 모셔봤습니다. 참고로 저희 로켓펀치 디자이너분이 어쿠스틱 라이프의 열광적인 팬이라 책에 싸인을 받아달라는 둥 선물을 전달해달라는 둥 귀찮은 요구를 하셨는데요.

 

신림동 캐리: 저 이번 주에 한군님과 개발자 인터뷰합니다.
윤보화 디자이너: 저 캐리님….
신림동 캐리: 네?
윤보화 디자이너: 저 처음으로 캐리님이 대단해 보여요.

 

한군님을 섭외함으로써 신림동 캐리의 능력치가 1 올라갔다.

 

 

신림동 캐리: 한대훈님 캐릭터는 쌀이를 안고 게임하는 모습으로 부탁해요.
석지환 디자이너: 네.

 

나중에 결과물을 받았습니다.

 

신림동 캐리: 이게 뭐예요! 왜 갑자기 난다님이!
석지환 디자이너: 제가 난다님 팬이라서요.
신림동 캐리: 왜 난다님 얼굴만 색칠 안 해! 시체 같잖아!
윤보화 디자이너: 원래 난다님은 얼굴에 색깔 없어요.

 

어쿠스틱 라이프의 팬인 두 디자이너 앞에서 저는 닥치고 버로우했습니다. 아무튼 뼛속까지 게이머인 오타쿠 남편 한군님을 만나보시죠.

 

이름 혹은 닉네임: 한대훈/한군
위치: 서울
직업, 소속: 크레이브몹(Cravemob)
내 모바일 기기: 갤럭시 노트2, 아이패드2
블로그 주소: http:/g-hangun.com


신림동 캐리: 안녕하세요.
한대훈: 안녕하세요.
신림동 캐리: 12월에 섭외 요청 드렸었는데 2월에야 드디어 뵙네요.
한대훈: 일부러 바쁜 척한 게 아니고 진짜 바빴습니다.
신림동 캐리: 누가 뭐래요…. 아무튼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한대훈: 모바일 게임 개발사 크레이브몹(Cravemob)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한대훈이라고 합니다. 보통 '한군'이라고 불려요.
신림동 캐리: 어쿠스틱 라이프에서 어머니가 난다님에게 '우리 아들 살만 빼게 해다오.'를 결혼 조건으로 거셨을 정도라고 봤는데 실제로는 별로 뚱뚱하지 않으시다?
한대훈: 아니다. 만화에서 워낙 뚱뚱하다고 하니까 누가 '한군님은 정말 곰처럼 뚱뚱한가요?'라고 질문을 해놨더라. 그래서 내가 거기 '돼지처럼 뚱뚱합니다.'라고 답변을 달았지.
신림동 캐리: 그렇게 안 뚱뚱해!
한대훈: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한데, 요즘은 게임 발매 직전이라 야근하며 간식을 많이 먹어서 한창 물오른 상태다.

 

그 그렇다고 합니다.

 

신림동 캐리: 게임 개발자로 알고 있는데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부탁한다.
한대훈: 게임 개발 경력은 12년 정도 되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와 아이덴티티 게임즈를 거치며 패키지 게임부터 시작해서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까지 꽤 다양하게 만드는 중이다.
신림동 캐리: 게임 사랑이 정말 유별나신 걸로 만화에 묘사된다. 게임이 그렇게 좋은가?
한대훈: 마이 라이프다.
신림동 캐리: 그럼 처음부터 어려운 질문 하나 던지겠다. 한군 인생의 게임은?
한대훈: 아, 이런 잔인한 질문을!

 

한군님은 한동안 곰곰이 생각하시다 아래와 같은 답변을 하셨습니다.

 

한대훈: 요즘은 워낙 좋은 게임이 많이 나와서 인생의 게임이라고 할만한 작품이 계속 변하는 편인데, 그래도 베스트를 뽑자면 바이오쇼크 1편(Bio Shock 1), 저니(Journey), 역전재판 1~3편 정도다. 바이오쇼크 1편은 누구나 인정하는 명작인데 스토리 전개라던가 아트라던가 모든 게 완벽했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엔딩 역시 너무 와닿았다. 저니(Journey)는 플레이하다가 감성 터져서 눈물 나올뻔한 작품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축소해놓은 느낌을 많이 받았고 게임이 예술이 된다면 이런 형태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신림동 캐리: 김용하님도 저니를 인생의 게임으로 꼽으셨지. 왠지 알아주는 게임 덕후 둘이 이러니까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는 충동이 든다.
한대훈: 정말 좋은 게임이다. 꼭 해봐라. 그리고 역전재판 1~3편은 그냥 순수하게 좋아하는 게임이다. 아마 각 편마다 10번은 클리어했을걸. 텍스트 게임인데도 할 때마다 훌륭하게 만들어진 캐릭터 때문에 질리지가 않는다. 최신 시리즈인 5도 최근 구입해서 즐기고 있지만 1~3편의 포스에는 못 미치는 느낌이라 안타깝다.
신림동 캐리: 좋아하는 게임사는?
한대훈: 플래티넘 게임즈의 액션 게임을 다 사랑한다. 특히 베요네타는 명작이지.

 

 

신림동 캐리: 스스로 '개발 육아 제너럴리스트'라고 칭하실 정도로 딸바보이신데 쌀이를 키우며 게임까지 할 여유가 되시나?
한대훈: 회사 출근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라 오전에 쌀이와 놀다 애 봐주는 시터 아주머니가 오시면 바톤을 터치하고 게임 좀 플레이하다가 출근한다. 퇴근 후에도 쌀이 재우고 게임을 하는데, 최근에는 야근을 많이 하다 보니 집에 오면 피곤해서 자느라 게임 시간이 많이 줄었다. 게임 발매가 코 앞이다 보니 이 기간에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신림동 캐리: 쌀이에게도 게임을 시킬 건가?
한대훈: 본인이 원한다면 당연히. 
신림동 캐리: 그럼 쌀이에게 처음으로 추천할 게임은 뭔가?
한대훈: 그건 이미 정해놨다. 남극 탐험!
신림동 캐리: 나도 그거 어릴 때 패미컴으로 자주 했었는데!
한대훈: 요즘 스마트폰 시대라지만 패미컴을 구해서 쌀이에게 제대로 패드 잡고 플레이하게 해주고 싶다. 패드의 손맛이라는 건 핸드폰에서 터치하는 것과는 완전 다르거든. 그 손맛을 꼭 느끼게 해주고 싶다. 우리 쌀이도 나중에는 자연스레 모바일 게임을 하겠지만 처음은 패드를 손에 쥐어주고 '이런 게임이 발전해서 지금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게임이 된 거야.'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다.
신림동 캐리: 게임 덕후 아빠의 로망이 막 절절하게 느껴진다.

 

쌀이는 좋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첫 번째 게임 하니까 말인데 나도 패미컴으로 게임에 입문했지만 제대로 게임에 빠져든 건 PC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한대훈: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진짜 오랜만에 듣는다.
신림동 캐리: 나도 이야기하면서 손노리의 추억 돋는다. 아무튼 그러다가 프린세스 메이커를 만나고 완전히 빠져들었는데 대체 프메 개발팀은 무슨 생각으로 3에서 무사수행을 없애고 Q라는 망작을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
한대훈: 아, 프린세스 메이커 3부터는 디렉터가 바뀌었다고 들었다.
신림동 캐리: 역시! 3부터는 1, 2의 감성이 아니야.
한대훈: 프메2는 정말 잘 만든 게임이라 지금도 간간이 한다.
신림동 캐리: 프린세스 메이커는 역시 DD파일 지우는 맛…인데 아무튼 게임에서의 치트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대훈: 예전에 패키지 게임 만들 때는 치트 쓰는 유저 보면서 '아, 한 번은 자기 힘으로 엔딩을 보지….'라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첫 번째는 온전히 자기 힘으로 깨고 두 번째부터 치트를 써서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치트 자체에 대해선 잘 쓰면 게임을 진짜 재밌게 즐길 방법일 수 있다고 게이머로서 이해한다.

신림동 캐리: 그럼 봐주신다는 건가?
한대훈: 근데 요즘은 온라인 게임을 만드니까 치트를 쓰면 영구블럭을 먹이지.

 

난다님과 쌀이에겐 따뜻하지만 치트 쓰는 플레이어에겐 냉정한 한군님, 너란 개발자 그런 개발자. 

 

신림동 캐리: 이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는 거 있나?
한대훈: 아무래도 그래픽 작업을 하니깐 3dsMax랑 PhotoShop이겠지? 프로그램은 언제나 최신 버전보다 한 단계 전 버전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신 버전은 플러그인이나 안정성 면에서 많이 불안해서 안 쓰게 되더라. 그리고 작업물 백업하는 용도로 클라우드 저장하는 몇 가지 프로그램을 이용 중이다. 회사에서 작업한 것을 그래도 집에서 이어서 작업할 수 있게 폴더를 동기화 해놓으면 엄청 편하다. 문제는 집에서도 회사 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는 정도일까?
신림동 캐리: 그건 정말 문제지. 나도 주말에 가끔 그러고 있다가 '내가 뭐하는 짓이야!'하면서 던진다.
한대훈: 로켓펀치의 개발자 인터뷰를 평소에도 읽는 편인데 보통 개발자분들이 키보드를 엄청 아끼더라. 나 같은 경우는 마우스를 아낀다. 마이크로 소프트 Intelli Mouse가 없으면 작업을 못 할 정도다. 근데 문제는 이 제품이 단종되어 중국산 벌크 제품밖에 남지 않았단 거다. 그래서 오래 쓰면 클릭이 두 번 되는 오류가 생긴다. 이럴 때 새 것으로 바꾸게 미리 여러 개 쟁인다.

 

신림동 캐리: 모델링 작업을 할 때 원화에 충실히 맞추면서 하는지 아니면 본인의 재해석이 들어가는지?
한대훈: 우선 그런 부분은 팀 스타일에 달려있을 것 같다. 각자 각자가 최선의 작업물을 만드는 스타일의 팀이 있다면, 정확한 프로세스대로 진행되는 팀도 있지.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두 스타일에 다 확실한 장단점이 존재하니까.
신림동 캐리: 그래도 더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을 거 아닌가?
한대훈: 나 같은 경우에는 원화가 있다면 당연히 원화에 맞춰서 충실히 만드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원화 단계에서 AD와 컨셉 원화가의 의도와 노력이 들어가 있는데, 그걸 임의로 수정하거나 재해석을 하는 것은 개발론에서는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고 만약 그런 부분이 있다면 모델링이 들어가기 전에 원화 단계에서 그런 이야기가 미리 이루어져서 모든 것이 컨셉 원화에 담겨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델링하기에 애매하거나 예쁘게 나오기 힘든 디자인이 나올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원화가 중에는 3D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모델링 시에 어려운 디자인이나 피해야 할 디자인을 알고 있는 분도 계시지만 다른 영역이라 잘 모르시는 분도 많거든. 이럴 때 필요한 게 타 영역에 대한 배움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그런 부분은 서로 이야기를 해서 다른 디자인으로 교체하거나 해야겠지.

 

 

신림동 캐리: 한군님을 모셨으니 아내분인 난다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군. 만화가와 개발자라는 직업 모두 창의성이 필요하고 때로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예민한 기간에는 서로 어떤 배려를 하시는지?
한대훈: 서로 바쁜 시기에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기 때문에 딱히 뭔가를 하기보다도 부탁하는 걸 잔소리 없이 들어주는 쪽으로 배려한다. 쉽게 말해서 서로 나름대로 눈치를 본다고나 할까? 좋게 표현하자면 평소보다 더 챙기는 거지.
신림동 캐리: 구체적으로는?
한대훈: 나는 주변을 약간 시끄럽게 만들고 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음악을 틀거나 영상을 틀어놓고 말이다. 그와 반대로 와이프는 조용해야만 작업할 수 있다. 자기 말로는 한 번에 하나밖에 못 하는 머리라고 표현한다. 아무튼, 그래서 둘이 동시에 작업을 할 때는 내가 영상이나 음악을 끄거나 거실로 나가서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자리를 비켜준다. 얼마 후 집중 시간이 끝나면 와이프가 춤을 추면서 나온다.

 

한군님의 어쿠스틱한 라이프는 게임으로 인한 오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한군님을 만나보겠습니다 1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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